우리는 보통 섹스행위에 대해 특정한 시공간에서 하게 되는 특정한 행위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섹스를 생각하면 일반적으로는 남자와 여자가 둘만의 공간에서, 옷을 벗고, 키스나 애무를 나눈 뒤, 삽입을 하고, 사정을 하기까지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평균에서 예외가 많아질수록 더욱 특이하고, 자극적이고, 변태적인 섹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령 둘만의 공간이 아닌 다수가 오가는 공간에서 섹스를 한다거나, 옷을 벗고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의복을 입고하는 섹스라거나, 삽입이 없이 키스나 애무로만 사정을 한다거나, 반대로 키스나 애무 같은 전희가 없이 무작정 삽입부터 하고 본다거나 하는 약간의 변형들만으로도 일반적인 섹스와는 많이 다른 느낌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섹스를 구성하는 재료에 따라 이러한 변형은 무궁무진합니다.
이는 사실상 섹스에 정형화된 기준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섹스를 하는 쌍방 모두에게 그 어떤 피해도 발생하지 않고, 자신들의 섹스에 의해 타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이렇게 섹스에 정형화된 기준이 없다는 것은 사실상 섹스에 시작도 끝도 없다는 뜻입니다. 상대와 내 자신에게 현재의 상황이 섹스인 것으로 인식이 되면 그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이 섹스가 됩니다. 반드시 삽입을 하고 사정을 해야지만 섹스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삽입과 사정의 순간만 놓고 보게 되면, 아무리 길게 보아도 그것은 섹스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삽입과 사정에 초점을 맞춘 섹스는 그 즐거움이 최소화됩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자위를 하는 편이 낫습니다. 때로는 특정한 기준들에 의해 제한되는 실제 섹스보다, 한계가 없는 상상과 함께 하는 자위가 훨씬 만족스럽고 쾌락적이기도 합니다.
이는 삽입과 사정 이외의 전후 과정을 폭 넓게 즐길 수 없다면, 결국 자위에서 오는 만족 이상의 것을 섹스에서 느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삽입과 사정 이외의 전후 과정을 제대로 알고 느끼면 끝없이 지속되는 섹스의 순간을 살아갈 수도 있다는 말도 됩니다. 여러분의 일상은 결국 삽입과 사정 이전이거나, 이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여성의 경우 섹스에서의 감정이 일상에서의 감정과 연결이 되기 때문에 이 원리를 알게 되면 여성은 자신이 원할 때 어느 때이든 섹스를 하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여성은 섹스에서 감각기관의 직접적인 자극보다 그러한 행위를 통해 활성화되는 감정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성은 신체를 어떻게 자극하느냐가 아니라 감정을 어떻게 자극하느냐에 따라 섹스에 대한 느낌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는 여성의 섹스가 신체적 자극이 아닌 감정적 자극에 의한 행위라는 뜻인데, 이때 감정의 증폭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글에서 여성중심의 섹스에는 한계가 없으며, 남성 역시 여성중심의 섹스를 하게 되면 여성과 똑같은 것을 누릴 수 있다고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언제나 말하고, 표정 짓고, 소리를 내고, 행동을 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섹스에서도 말하고, 표정 짓고, 소리를 내고, 행동을 합니다. 그런데 이 둘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자신이 섹스의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느냐, 인지하지 않느냐하는 차이에서 옵니다. 그러다보니 만약 일상에서도 여성이 상대와 함께하는 모든 상황을 섹스의 상황으로 인지하게 되면 여성의 말, 표정, 소리, 행동, 심지어 눈빛까지 섹스표현이 됩니다. 그러면 그 상황에 함께하는 상대남성은 무조건 섹스에서와 같은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남자는 기본적으로 여성의 표현, 즉 반응에 의해 자신의 성(性)이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양측 모두가 섹스의 느낌을 갖게 되면 그것이 바로 섹스입니다. 이것이 전희이자 후희이고, 섹스를 하고 있는 그 순간이며, 삽입과 사정은 그 안에서 아주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섹스에 대해 정형화된 기준을 갖고 있고, 삽입과 사정에 주된 초점을 두게 되면, 이러한 풍요로움을 전부 잃게 됩니다. 이는 내 스스로 한계를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또한 한편으로, 이처럼 정형화되지 않은 섹스의 상황은 의도치 않게 일상에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성범죄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